제목이 길다. 독일어가 직관적인 덕분이다.
필자는 [정보03] 글에서 밝혔듯 친구를 통해 독일 베를린의 의류 매장에서 미니잡을 하게 됐고 세일기간에 바짝 투입 된 후 지금은 다시 무한 대기 중인 Arbeitlos신세가 되었다.
출근 첫날 새벽 6시 30분. 가자마자 숨 돌릴 시간없이 옷 정리를 하고 세일가 스티커를 붙이고 독일어 영어 포르투갈어가 섞인 작업 환경에서 한국어를 듣고 반가워하다가 잠시 빵을 먹으며 30분 쉬고 다시 미친듯이 옷정리를 하고 나니. 나니... 오후2시. 집에 돌아와 세 시간을 잤다. 다음날 다시 6시 30분 출근. 그걸 닷새를 반복하니 뼈와 살이 분리되는 느낌이 들더라. 20대에는 호기롭게 알바를 하루에두세 탕씩 뛰었는데 지금은 도저히.
서론도 길었다.
외국에서 어떤 일을 하든 신원을 확실히 드러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온갖 서류들을 고용주에게 보내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서류작업들을 알려주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겁나 바빠서.
소개시켜준 친구와 업체 사장에게 대체 돈은 언제 어떻게 받는 거냐고 여러번 물어봐도 메일을 기다리라고만 하고. 메일은 안 오고.
"외노자 무시하냐."
피해망상이 불쑥 튀어나올 때쯤 혹시나 하고 열어 본 스팸박스. ㅋ. 메일이 있었다. 심지어 발신 날짜는 일을 처음 시작한 날.
내가 또 흥분했구나. 반성하고 메일을 열어보니
다시 흥분되네. 하악.
필요한 게 뭐 이렇게 많담. 한달에 450유로 주면서! 한화로 100만원도 안되는 거 받자고 이 많은 걸 해야됨? 응.
차례대로
º회사 측에서 준 개인정보 기입 서류 (서명 필수)
º여권
º시민청으로부터 허가받은 전입신고증 (안멜둥)
º사회보장번호 (국민연금공단)
º은행카드 (은행회원카드? 모바일뱅크-N26-는 그냥 계좌번호 화면 캡쳐해 보내면 될듯)
º세금번호 (세무서)
º보험 증명서 (공보험 or 사보험)
º범죄경력증명서 (시민청)
+ 연금면제신청서 (미니잡의 경우 3.7%의 연금 목적 세금을 떼간다. 떼이기 싫으면 작성하고 신경안쓰면 안해도 됨)
+ 비자 (비EU국가 국민일 경우)
듣도 보도 못한 서류는 세 가지였다. 메일로 요청하기엔 내 독어가 너무 hässlich 해... 결국 암트 투어를 결심. 후기들을 보니 온라인보다 직접 찾아가서 요청하는 것이 훨씬 쉽고 빠르더라.
필자는 베를린 서부 암트 집성촌에 살고 있는 터라 다행히 공공기관들을 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U7라인의 Fehrbelliner Platz, Adenauer Platz역을 번갈아가며 세 시간 동안 세 가지 서류 발급을 완료했다.
필요한 준비물: 여권, 안멜둥 원본
(1) 사회보장번호 (국민연금공단) Sozialversicherungsnummer (Deutsche Rentenversicherung)
사회보장번호를 받기 위해 우리나라의 국민연금공단같은 곳, 도이체 렌텐페어지ㅎ룽 회사에 찾아갔다.
안내데스크에 가서 여권을 보여주니 번호표를 발급해주었고, 빠른 서비스코너에서 신속하게 사회보장번호를 받을 수 있었다.
"이히 햬태 걔어네 조치알페어지ㅎ룽스눔머 니멘..."
Ich hätte gerne 없으면 아무말도 못하겠다. 이 못생긴 독일어로 시작된 대화는 나쁘지 않게 이어졌다. 직원은 독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이것저것 설명해주었다. 일주일 후 우편으로 또 다른 관련 서류가 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 번호는 평생 부여되는 고유번호라는 것도. '영원하다'는 표현을 독일어로 모르지만 유효성을 확실히 알고 싶어
"Gültig forever?" 라고 묻자 "게나우"라고 답해주었다.
공단 위치와 참고용 사진을 첨부한다.
https://goo.gl/maps/GUpJqDXFhLQv9tZVA
Deutsche Rentenversicherung
★★★★☆ · 관공서 · Fehrbelliner Platz 5
www.google.de
(2) 세금번호 (세무서) Steuer ID nummer (Finanzamt)
세금번호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Steuernummer와 Steuer ID nummer
여기서 미니잡 등 피고용인에게 필요한 것은 Steuer ID nummer이다. 파이낸츠암트에서 쉽게 받을 수 있다.
복도에서 어리바리하게 헤매고 있으니 직원이 먼저 다가와서 발급 위치와 방법을 손수 알려주었다.
역시 이히햬태계어네... 는 어디서든 활용 가능하다.
담당 공무원은 정말 친절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범죄경력증명서 받는 방법을 모르고 있었는데 크게 바빠보이지 않기에 물어보니 시민청에 가면 된다고 알려주었다. 자신이 영어를 못해서 겁나 답답하다며 번역기까지 돌려가며 도와주었다. 감사한 아재.
방문했던 파이낸츠 암트와 참고 사진을 첨부한다.
https://goo.gl/maps/tci4d8sWAT8Awfbi6
Finanzamt Wilmersdorf
★★★★☆ · 세무서 · Albrecht-Achilles-Straße 61-64
www.google.de
(3) 범죄경력증명서 (시민청) Polizeiliches Führungszeugnis (Bürgeramt)
6개월 전 안멜둥을 받았던 시민청으로 왔다. 독일의 암트는 월~금 여는 시간이 매일 다른데 다행히 이 날은 오후 6시까지.
테어민 안 한 사람들이 이용하는 인포센터 앞에 줄을 서고 차례가 왔을 때 폴리첼리혜스 ㅍ휘룽스초이그니스를 받고 싶다고 하니 담당 직원은 여권을 달라고 하였다. 안멜둥을 보여주니 됐다고 하고, 13유로를 내라고 했다.
현금이 없어서 당황했다. 암트는 마스터 카드를 받지 않는다. Giro카드만 결제가 된다. 동공지진을 하고 있으니 직원이 Kassenkarte라는 걸 주며 밖에서 돈을 해결하고 오란다.
Geldautomat(ATM)같은 기계가 보이기에 직원이 건넸던 Kassenkarte를 집어넣어보니 어서 돈을 투입하라는 안내메시지가 떴다. 결국 암트에서 가까운 역 ATM에서 마스터카드로 돈을 뽑고, 다시 암트로 돌아와 기계에 돈을 넣었다.
지금 쓰다가 느끼는 건데 참... 왜 이렇게까지 해야되나 싶어 ㅋ
기계에서 출력된 영수증을 다시 직원에게 가져가고, 직원은 일주일 후에 우편으로 받아볼 수 있다며 확인증만 건네주었다.
힝. 이것도 바로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역시나 방문했던 뷔어거암트 위치를 첨부한다. (사진은 하도 정신없이 들락거려서 제대로 찍지 못했다.)
https://goo.gl/maps/vGbxf6tkCYSyvSV18
Bürgeramt Hohenzollerndamm
★★★☆☆ · 구청 · Hohenzollerndamm 177
www.google.de
처음엔 이 많은 걸 언제 다 받나 싶었는데 그래도 하룻동안 빠릿하게 움직이니 클리어 가능하군.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모두 다른 지역에 살고 계실테지만 경험상 이런 관청들은 한 동네에 몰려있는 경우가 많으니 내가 필요한 서류의 발급처를 잘 따져보고 구글맵을 활용하여 동선을 잘 짠다면 골치 아픈 공공서류 작업들을 하루만에 해결하실 수 있지 않을지.
참고로 세 서류는 모두 테어민하지 않고 현장에서 발급받은 것이다.
행운을 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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